2025. 8. 19. 11:05ㆍ지금, 여기
왜 아직 화요일인가.
오늘도 생각한다.
퇴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늘 그렇듯 퇴사를 꿈꾸는 또 다른 화요일이 시작됐다.
나쁜 여자는 연애해도 바쁜 여자는 연애 못 한다던데
그때라고 서로가 바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내가 지금보다 훨씬 바쁠 때였다.
그 애는 흘리듯 무심하게 내뱉었고 내 마음은 왠지 초조했다.
바쁜 건 회사 탓인데 내 연애가 위협받는다.
연애, 퇴사, 둘 다 너무 어렵다
지금 그 애는 바쁘다.
일주일에 5일쯤 바쁘고
하루쯤 피곤을 몰아서 잠으로 회복해야 하고
남은 하루에서 일부는 다시 바쁜 다음 주를 대비하며 일을 하고
일부는 게임을 하거나 데이트를 한다.
물론 함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길기도 하다. 때로는 더 짧다.
다정함과 무심함과 여유 없음이 혼재되어 있는 요즘.
나를 봐달라고 조를 수 없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이직하고 싶다고 퇴사하고 싶다고 매일같이 투덜거리는 나를 보는 게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듯 살고 있는 그 애 입장에서 즐거울 리 없지.
답을 달라는 건 아니지만 일상을 나누고 싶던 나로서는
이 서운함도 아껴야 한다. 꼭꼭.
안 보이게 숨기려 하는데도 자꾸 흘러나와 문제다.
직장인의 퇴사 준비는 계속된다
몇 군데 이력서를 쓰고 몇 곳에서 면접 제의 메일이 왔다.
스타트업. 괜찮을까 싶으면서도 궁금했다.
몇 년 전 겨울이 생각난다.
하루아침에 회사가 문을 닫고 백수가 되었던 나와 동료는
매일같이 중간 동네 스타벅스에서 만나 이력서를 썼다.
원치 않는 백수로 만들어버린 건
몇 년을 버티지 못한 채 도망가버린 캐나다 벤처회사였다.
욕을 많이 했고 그러면서도 끝내 회사가 잘되지 못한 게 내심 아쉽긴 했다.
그 시절이 꽤 길었다. 지나고 나니 아닌 듯도 하지만 그땐 길었다.
경력이 있는 만큼 나이도 있었고 새로 시작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몇 개월이 지나고 들어간 회사에서 생각했다.
아 그냥 여기 계속 다녔으면 좋겠다.
그 회사가 지금 회사다.
그리곤 지금 매일같이 퇴사를 생각하고 있지.
퇴사할 수 있을까?
직종을 바꾸는 건 해봤다.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하지만 할 수는 있다. 한번 해봤으니 오히려 더.
이전 동료가 이런저런 고민을 늘어놓는 나에게
한번 떠났어도 돌아갈 곳이 있으면 다시 돌아왔을 때 즐거움이 있어.
(아직 면접 안 본) 새로운 직종에 대한 도전도
(구두로 소개는 받았지만 답은 하지 않은) 새로운 회사에 대한 도전도
다 좋아 보여.
라고 말해준다.
지나치게 현실적일 필요도 없고 날카로울 필요도 없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딱 저만큼의 위로와 격려.
나는 아마 그걸 그 애에게 듣고 싶었겠지.
괜찮다. 그 애 아니어도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는 친구가 있으니까.
월요일엔 술이 필요하지
술이 마시고 싶었고 월요일이었다.
빠르게 맥주를 마시고 돌아와야 했다.
예전엔 월요일에 술 마시는 게 그렇게 부담되더니 이젠 그렇지도 않다.
술의 힘을 빌려야 하루를 버티는 시기인 건가.
일단 맛있는 걸 먹고

맥주 한잔 더.

빠르게 집에 와 내일을 준비한다.
직장인의 하루는 또 흘러가니까.
'지금, 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삼청각을 가봤는데 아마도 이게 마지막 (6) | 2025.09.19 |
|---|---|
| 벌써 1년 퇴사의 추억 (1) | 2025.09.06 |
| 혈관을 타고 흐를 커피 한잔의 기록 (11) | 2025.08.18 |
| 때로는 점, 선 위에서 (3) | 2025.04.15 |
| 직장인 A의 우울, 위로를 찾아서 (0) | 2023.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