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파리는 : 혼자하는 여행 속 낭만의 도시

2023. 10. 13. 17:33돌아가는 길

파리를 선택한 이유

 

파리에 대한 오래된 낭만이 남아 있던 때였다. 

직장생활 중 모처럼 제법 긴 여행이 가능했을 때, 몇 군데 여행지를 고민하다 파리를 택했다.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았는데, 생각해 보면 그건 파리가 아니어도 사실 가능한 일이었다. 잠시나마 일을 쉬고 따뜻한 해를 받으며 맑은 하늘 아래 여유롭고 한가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어디에서건 행복하지 않았을까.

 

직접 찍은 사진. 파리.

 

누구나 사랑하는 여행자의 도시 파리

다행히 파리에 머무는 동안 내내 날씨가 좋았다.

낮에도 와인을 마셨고 공원을 자주 찾았다. 강을 따라 길게 산책을 하고 의무처럼 미술관도 여러 번 들렀다. 소매치기나 사고는 없었지만 테러에 대한 위협이 가시지 않은 때여서 간혹 무장한 군인들을 마주칠 때가 있었다. 밤에 공연을 보러 갔다가 너무 재미없어서 실망하기도 하고 또 와인을 많이 마셨다.

 

낭만 속 쓸쓸함이 담긴 여행

파리에서 헤어진 연인을 만나기로 한 건 다분히 충동적이었지만 계획에 전혀 없던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 사람도 애초에 파리에 머물고 있지 않았기에 짧은 만남만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그리움은 꾸준히도 제 할 일을 하여 여행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파리의 거리를, 그곳에서 만날 너를 기다리게 했다. 혹 지나치게 기대하게 될까 봐 다른 생각에 좀 더 몰두해 보고자 책을 빌렸다. 책 제목(A Moveable Feast ,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 혹했지만, 막상 기억에 남는 구절은 이상하게도 쓸쓸했다.

 

"어느 날 밤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다음 날 아침 봄이 갑자기 눈앞에 와 있음을 실감하곤 했다. 그러나 가끔 엄청나게 내리는 찬비가 오는 봄을 막아서 봄이 결코 오지 않을 기분이 들기도 했고, 그래서 우리가 인생에서 한 계절을 잃어버리는 듯한 아픔을 느끼기도 했다."

 

여행이 끝나는 순간

여행이 끝나고 일상은 순식간에 되돌아온다.

마치 꿈이라도 꾼 것처럼. 그때 우리는 충분히 마음을 다해 헤어지지 못한 느낌이지만, 그때는 최선이었다. 다시 파리에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냥, 한번으로 충분한 느낌이다.

어쨌건 그 여름, 파리는 아주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