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떠난 중국 여행도 좋았지만 다음엔 넷이서

2025. 9. 2. 22:28돌아가는 길

 

내 몸에 흐르는 여행 유전자가 있다면 팔 할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리라.
하늘이 맑을 땐 날씨가 좋으니 떠나고 싶고 비가 내릴 땐 운치가 있으니 어딘가를 그리워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계절을 타는 성향.
늘 발 딛고 선 자리보다 일상을 벗어난 낯선 곳을 꿈꾸는 마음.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시간이 될 때 몸이 될 때 돈이 될 때 여러 조건의 교집합이 그리 쉬울 리가.

그래도 가족 여행을 부지런히 다녔다. 갈 수 있을 때 어떻게든.
다만 장거리는 많이 다니지 못했다.
돈을 버는 데는 시간이 들어가고 시간이 흐르면 부모님의 건강이 점점 삐걱거린다.
어머니가 허리 디스크로 부쩍 고생하시면서 점점 먼 곳은 피하게 된다.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꿈꾸는 범위도 줄어들게 되었다.

9월이 지나면 마침 혈육도 일을 쉬면서 모처럼 긴 시간을 들여 가족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꿈꿔왔던 장거리 여행을 갈 때인가?!
아버지의 마음은 이미 저 멀리 캐나다로 떠났고
어머니의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는 캐나다를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
비즈니스도 고민해 봤지만 그래도 캐나다는 무리라는 결론이다.
해결 방법이 있을까?


아버지에게 셋이라도 가시겠냐고 여쭤봤다.
어머니의 적극적인 찬성에도, 깊은 한숨과 함께 그냥 둘이 다녀오라 하신다.
아! 너무나 씁쓸한 아버지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어머니 없이는 절대 여행을 안 가려는 아버지도
사정이 있어 어머니를 남겨두고 떠났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가족 여행을 계획했던 터라 결국 셋이 가게 되었다.

그렇게 떠난 곳은 중국 면산.
중국인들도 굳이 왜 가냐고 물어볼 것 같은 깊은 산속.
(실제 나중에 다른 나라에서 만난 중국 여행객에게 들은 말이다)

중국 면산. visitchina.or.kr

 

 

중국의 면산(綿山)은 산서성 태원에 위치한 산으로, 해발 2,000m 이상의 절벽에 세워진 사찰과 건축물이 있는 '공중도시'이자 불교와 도교 문화의 중심지이다. 면산은 춘추시대 충신 개자추의 넋을 기리는 한식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으며, 웅장한 협곡과 절벽, 그리고 중국 최대의 도교 사원인 대라궁 등 독특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중화권 특유의 어수선함과 번잡스러움 등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중국이지만 너무 중국 느낌만 나는 곳보다는 압도적인 자연을 볼 수 있는 곳을 골랐던 것 같다.
물론 중국 특유의 느낌을 당연히 피해 갈 수 없다. 싫기만 한 건 아니다.
첫 중국 여행이었는데 장가계 같은 곳도 좋았겠지만 면산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패키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노부부 혹은 중년 부부. 젊은이는 없다.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물어본다.
왜 엄마는 같이 안 왔냐며.
적당히 대답하긴 했는데 뒤늦게 생각해 보면 사실 민감한 질문이긴 하다.
엄마 없을 수 있잖아.
이혼했을 수도 있고 무슨 복잡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잖아.
남에게 함부로 개인적인 질문은 하지 않겠다고 다시 생각했다.

버스 타고 올라갈 때 참 스릴이 있었다. 아마 지금 다시 가라면 그냥 안 갈 듯.

중국 면산



높기는 참 높았다. 계단도 많이 올랐고.

중국 면산



안개가 너무 짙었다.

중국 면산



저절로 으스스한 분위기.

중국 면산



옛날 거리 모습.

중국 면산



사진을 다시 보니 어디에도 어머니가 없어 기분이 조금 묘하다.
꼭 다시 가족여행을 떠나야지.
함께 할 수 있을 때 많이 다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