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이불

2023. 11. 9. 10:42그리움의 온도

예전에 친구가 그런 얘기를 했다. 데이트하는 남자애 집에 가게 되었을 때, 집으로 초대한 남자도 초대에 응한 자신도 그 공간이 주는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집에 들어가서도 마음을 열지 못했는데 다른 게 아니라 이케아 이불 때문이었다고.

"한창 가진 것 없고 버는 것 없어 내 몸 덮는 이불도 좋은 거 사지 못할 때였어.

아껴야 하는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모든 걸 포기하기엔 속상해서 조금이라도 디자인을 살리고픈 마음에 골랐던 게 이케아 이불이었어. 그때랑 똑같은 디자인의 이불이 거기 있더라."

그 밤, 침대 위의 이불을 보는 순간, 상대에게 사과하고 그대로 일어나 나왔다고 한다. 힘들고 초라했던 아니 빠듯했던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인지, 정확한 감정은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 시절 친구는 미대를 다니고 있었고 지금은 이상할 것 없이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이케아와는 상관 없지만... 조명이 예뻤던 카페



10cm 노래를 즐겨 들을 때가 있었는데 어떤 노래를 듣다 보면 가끔 그 얘기가 떠올랐다.

이부자리를 치우다 나온 양말 한짝에 책상 정리를 하다 나온 감기약에 눈물 찔끔 흘리지만 그게 너 때문은 아니라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 뿐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자면, 그 감정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에게 받은 선물 중 오래도록 버리지 못했던 게 있다.

늦은 밤, 집에 돌아가는 길 연인에게 연락이 왔었다. 각자 일이 생겨 만나지 못한 지 며칠 지났을 때, 노래 파일을 하나 보내왔다.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 편히 잤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직접 부른 노래를 전해주었다. 당시에는 그렇게 위안이 되어주더니 이별 후에는 잘 걷던 길도 멈춰 서게 만드는 노래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10cm의 노래였다. 멈춰 서던 발걸음이 너 때문은 아니라 생각했지만 이후에도 한동안 그 노래는 애써 피했다. 가사는 따뜻하기만 했는데도.

 

 

너의 평화롭진 않았을 것 같은
어지럽고 탁한 긴긴 하루, 너의 새벽, 빈 창가

나쁜 기억에 아파하지 않았으면,
숱한 고민에 밤새우지 않았으면

또 나쁜 꿈에 뒤척이지 않았으면,
빗물소리에 약한 생각 않았으면